줄다리기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지만, 막상 “어떻게 하면 이기느냐”를 물으면 대부분 “힘센 사람이 많으면 이긴다”로 끝나기 쉽습니다. 물론 근력과 체중이 중요하긴 합니다. 다만 줄다리기는 단순 근력 대결이 아니라, 바닥과 신발이 만드는 마찰력, 팀 전체가 같은 타이밍으로 힘을 내는 동기화, 줄을 잡는 자세와 몸의 각도, 그리고 ‘초반 3초’의 흐름까지 합쳐져 결과가 결정되는 전통 단체 경기입니다. 그래서 팀에 아주 힘센 사람이 있어도, 발이 미끄러지거나 리듬이 맞지 않으면 힘이 그대로 새어 나가며 무너질 수 있고, 반대로 체격이 평균적이어도 조직적으로 당기는 팀이 강팀을 이기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특히 학교 운동회나 회사 체육대회처럼 참가자 실력이 들쭉날쭉한 환경에서는, “어떤 사람을 어디에 세우느냐”, “줄을 어떻게 잡게 하느냐”, “구호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승패에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또 줄다리기는 안전사고가 생기기 쉬운 종목이라, ‘이기는 방법’과 함께 ‘안전하게 운영하는 방법’을 반드시 같이 알아야 합니다. 손바닥 쓸림, 넘어짐, 팀 단체 낙상, 무리한 버티기로 인한 허리·무릎 부상 같은 사고는 대부분 사전 안내와 운영 세팅만 잘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줄다리기를 과학적 원리(마찰력과 힘 전달)로 이해한 뒤, 실제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팀 배치 전략, 자세와 그립, 호흡과 구호 동기화, 초반 전술, 그리고 안전 운영 체크리스트까지 길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서론: 줄다리기는 근력보다 “마찰력과 동기화”가 승부를 가릅니다
줄다리기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당기는 힘이 더 큰 팀이 이긴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줄다리기의 핵심은 ‘내가 낸 힘이 줄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되는가’에 있습니다. 사람이 줄을 당길 때, 실제로 상대를 끌어오는 힘은 팔 힘이 아니라 발이 바닥을 미는 힘에서 시작됩니다. 발이 바닥을 미는 순간 바닥이 발을 반대로 밀어주는 힘이 생기는데, 이 힘이 충분히 크면 몸이 뒤로 밀리지 않고 줄에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힘이 부족하면, 아무리 팔과 등에 힘을 줘도 몸이 앞으로 끌려가거나 발이 미끄러지면서 힘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줄다리기는 결과적으로 “발과 바닥의 마찰력 싸움”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팀 스포츠 요소가 더해집니다. 줄다리기는 개인이 각자 힘을 쓰는 방식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한 순간에 힘을 모아 ‘충격’을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해야 유리합니다. 어떤 사람은 당기고, 어떤 사람은 쉬고, 어떤 사람은 박자를 놓치면 줄이 출렁이며 전체 힘이 끊깁니다. 그 틈이 생기는 순간 상대 팀은 발을 다시 고정하고 중심을 회복할 시간을 얻습니다. 즉, 줄다리기에서 강팀은 “한 번에 당긴 뒤 버티는 팀”이 아니라, “같은 박자로 계속 압력을 유지하는 팀”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초반입니다. 시작 신호 이후 몇 초 동안 줄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심리와 자세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초반에 한 번 크게 밀리면 사람들이 공포감 때문에 상체가 세워지고, 발이 앞으로 나가며, 미끄러짐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반대로 초반에 20~30cm라도 유리하게 가져가면 팀이 안정적으로 버티는 자세를 만들고, 상대는 불안해져 리듬이 깨집니다. 그래서 줄다리기는 “초반 세팅 + 마찰력 확보 + 동기화”라는 3가지 핵심을 이해하면 누구나 전술을 만들 수 있는 경기입니다.
본론: 이기는 팀이 쓰는 실전 전략(배치·자세·구호·초반 전술)과 과학적 원리
1) 팀 배치 전략: ‘힘센 사람을 앞에 두면 된다’는 말이 반만 맞습니다.
줄다리기 줄을 기준으로 가장 앞(상대와 가까운 쪽)은 ‘방향을 읽고 리듬을 맞추는 자리’입니다. 여기는 기술이 좋은 사람이 유리합니다. 팔로만 버티는 사람이 서면 줄이 흔들릴 때 중심이 깨지기 쉽습니다. 그 다음 중간 구간은 팀의 주력 엔진입니다. 체중이 있고 하체가 강하며 버티는 힘이 좋은 사람이 들어가면 안정적입니다. 마지막(맨 뒤)은 흔히 ‘앵커’라고 부르는 자리로, 팀 전체의 중심을 잡고 흔들림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앵커는 단순히 체중이 큰 사람보다,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허리와 무릎을 안정적으로 쓰는 사람, 버티는 동작이 익숙한 사람이 앵커에 적합합니다.
2) 발과 바닥: 마찰력을 올리는 것이 “추가 인원”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줄다리기의 상한선은 결국 마찰력입니다. 발이 미끄러지면 체중이 있어도 의미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첫 번째 체크는 바닥입니다. 흙 운동장이라면 흙이 너무 고르면 미끄러지기 쉬우니, 발 밑에 약간의 홈을 만들어 ‘발뒤꿈치가 걸리는 느낌’을 만들면 도움이 됩니다. 실내나 매끈한 바닥이라면 미끄럼 방지 매트, 고무 패드, 또는 가능한 한 마찰이 좋은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두꺼운 신발이 좋은 것이 아니라, 바닥과 잘 맞물리는 밑창이 핵심입니다. 이때 발은 보통 어깨 너비보다 약간 넓게 두고, 앞발과 뒷발을 엇갈리게 두어(스태거드 스탠스) 뒤로 밀리는 것을 막습니다. 발이 나란히 서 있으면 흔들릴 때 한 번에 무너집니다.
3) 자세: 등으로 당기는 느낌이 아니라, ‘몸 전체로 눕혀서 버티는 느낌’이 맞습니다.
초보는 팔로 당기려고 하면서 상체를 세우기 쉽습니다. 그런데 상체를 세우면 중심이 높아지고, 줄이 위로 들리며, 발이 앞으로 끌려갑니다. 반대로 강팀은 상체를 낮추고 엉덩이를 뒤로 빼서, 몸을 약간 뒤로 눕힌 상태에서 줄을 ‘몸에 걸어둔’ 느낌으로 버팁니다. 무릎은 완전히 펴지 말고 약간 굽혀 충격을 흡수해야 합니다. 무릎이 잠기면(완전히 펴지면) 흔들림이 바로 허리로 올라와 자세가 무너집니다. 등과 복부에 힘을 주되, 팔로만 당기지 않고 “발로 바닥을 뒤로 밀어내며 버틴다”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4) 그립(줄 잡는 법): 손목에 줄을 감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손바닥 쓸림을 줄여야 오래 버팁니다.
줄을 손목이나 팔에 감으면 위험합니다. 강하게 당겨질 때 피부가 찢기거나 심각한 부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식은 줄을 손바닥에 걸고, 엄지로 고정하되 손목은 중립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손바닥 쓸림을 줄이려면 장갑이 도움이 되지만, 너무 미끄러운 장갑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미끄럼이 심하면 순간적으로 놓치거나 자세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갑을 쓰더라도 손바닥에 적당한 마찰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팔꿈치는 몸통에 가깝게 붙여 “몸통으로 버티는 구조”를 만들면 팔이 먼저 지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구호와 호흡: 줄다리기의 ‘엔진’은 팀 전체의 동기화입니다.
줄다리기에서 가장 강력한 전술은 팀이 같은 타이밍에 당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나-둘-셋-당겨!”처럼 단순한 박자를 정하고, ‘당기는 순간’을 정확히 맞춥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속 당기기만 하면 금방 지쳐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강팀은 짧게 강하게 당긴 뒤(펄스), 그 상태를 유지하며 버티는 시간을 둡니다. 즉, “당김(강) → 유지(중) → 당김(강) → 유지(중)” 같은 리듬을 만듭니다. 이 리듬이 맞으면 상대는 줄의 긴장이 계속 바뀌어 중심을 잡기 어렵고, 우리 팀은 체력 소모를 관리하면서 압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6) 초반 전술: 시작 후 3초가 가장 중요합니다.
초반에는 줄이 느슨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강팀은 시작 신호 직후 갑자기 각자 당기는 것이 아니라, “줄을 먼저 팽팽하게 만든 다음, 동시에 첫 당김을 넣습니다.” 줄이 느슨한 상태에서 당기면 힘이 줄에 전달되기 전에 몸이 먼저 흔들립니다. 반대로 줄을 먼저 ‘세팅’하고 동시 당김을 하면 상대에게 충격을 주며 첫 유리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작 전 모두가 같은 자세로 줄을 당겨 긴장을 맞추고, 구호가 떨어지는 순간에 첫 펄스를 넣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초반에 조금이라도 이득을 얻으면, 그 다음은 유지전으로 넘어가 상대의 체력을 서서히 깎는 운영이 가능합니다.
7) 심리전과 라인 관리: “밀리기 시작했을 때”가 진짜 승부입니다.
줄다리기에서 무너지는 순간은 보통 한 명이 발을 헛디디거나 상체가 세워지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밀리는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발을 앞으로 내딛는데, 이 순간 마찰력이 더 떨어지고 연쇄 붕괴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팀에 ‘리커버리 룰’을 정해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밀리면 무조건 상체를 더 낮추고, 발은 뒤로 고정한 채 짧은 펄스로 회복한다” 같은 단순 지침을 미리 공유합니다. 또한 중간에 줄이 위로 들리면 마찰이 줄어드니, 가능하면 줄 높이를 허리 아래로 유지하고, 팀 전체의 시선은 줄이 아니라 ‘바닥과 발’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8) 운영 규칙(경기 규칙) 간단 정리: 현장에서 다투지 않게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줄다리기는 규칙이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하면 “언제 승리냐”, “발이 선을 넘어가면 즉시 패배냐”, “중간에 놓치면 어떻게 하냐” 같은 논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 전에 승리 조건(예: 중앙 표시가 어느 선을 넘으면 승리), 반칙(줄 감기 금지, 넘어졌을 때 즉시 중단), 재경기 조건(줄이 끊어짐 등)을 짧게 합의해두면 깔끔합니다. 이런 합의가 있어야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과열로 인한 부상도 줄어듭니다.
결론: 줄다리기는 “팀 기술”이며, 안전 세팅이 갖춰질 때 가장 재미있게 이길 수 있습니다
줄다리기를 이기는 방법은 단순히 근력 센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팀이 낸 힘을 바닥 마찰력 위에서 효율적으로 줄에 전달하도록 세팅하고, 같은 타이밍으로 힘을 모아 리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과 신발을 점검하고, 엉덩이를 낮춘 자세로 중심을 고정하며, 줄을 손목에 감지 않는 안전한 그립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경기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여기에 “당김-유지”의 동기화 구호를 맞추면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상대의 균형을 흔드는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줄다리기는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작 전에는 관전자와 경기 구역을 분리하고, 줄 상태(마모·끊어짐 위험)를 점검하며, 장갑 사용 여부와 반칙(줄 감기 금지)을 확실히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넘어짐이 발생하면 즉시 중단하고 자세를 재정렬한 뒤 재개하는 방식이 부상을 줄입니다. 결국 줄다리기의 진짜 매력은 ‘누가 더 세냐’가 아니라, 팀이 하나의 호흡으로 힘을 모아 결과를 바꾸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줄다리기처럼 단체로 즐기기 좋고, 긴장과 웃음이 동시에 터지는 전통놀이 “윷놀이 규칙 완전정리: 윷 던지는 법·말 운영 전략·초보가 헷갈리는 룰 정리”를 길게 작성해드리겠습니다.